2021. 7. 13. 14:15ㆍBook/The Arabian Night
그렇게 왕비는 제 옆에 누워 있었습니다.
https://youtu.be/KOAUpLfRurk
저는 잠들어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왕비를 한 참을 내려다 보다
살며시 일어나
옷을 입은 후 어전의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돌아와 보니
아내는 검은색 상복을 입고
산발한 머리에 흉한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폐하 제가 이런 모골을 하고 있다고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방금 한꺼번에 세 개의
비통한 소식에 격분되어 그렇습니다.
사실 제 모습은 제가 느끼고 있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니 대체 모슨 소식을 들었기에 그러오?”
“저의 소중한 어머니이신 왕비마마께서 돌어가셨고
아버지께서도 어떤 전투 중에 전사하셨으며,
저희 오빠 중 하나도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고 하옵니다.”
저는 그녀의 진짜 고통의 이유를 감추려고
이처럼 핑계를 대고 있는 걸 알았지만
모르는 척 하고
“부인 그렇다면 나도
그 고통에 함께 하겠소
이처럼 큰 상실을 겪고도 멀쩡하게 있었다면
아마 당신에게 실망했을 것이오
마음껏 울도록 하시오,
그 눈물이야 말고 당신의 뛰어난 성품을
나타내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겠소
하지만 시간이 당신의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래주길 바라오”
그녀는 자신의 궁실로 돌아가
일년동안 눈물과 고통으로 지냈습니다.
일년이 지나자 그녀는 제가 찾아와
궁의 성벽 안에 자신의 묘지로 쓸
건물을 하나 짓을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는 것이였습니다.
저는 흔쾌히 허락해 주었고
왕비는 아름다운 궁전을 지어
[눈물의 궁]이라 이름짓고,
그곳에 몰래 그녀의 정부를 옮겨 놓았습니다.
건물이 지어질때까지 적당한 곳에
숨겨 놓고 매일 어떤 음료를 마시게 하여
죽지 않게 해 두었던 것입니다.
[눈물의 궁]으로 옮겨 놓은 후로도
손수 먹여 주었습니다.
이런 왕비의 정성에도
그는 걷지모 말도 하지 못하고
껌뻑이는 눈만이 아직 살아 있다는
유일한 표시였습니다.
왕비가 그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를 바라보거나,
다정한 말을 혼자 중얼거리는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왕비는 매일 두 번씩
그를 찾아가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는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는
호기심에 이끌려 눈문의 궁으로 갔습니다.
대체 왕비가 이곳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직접 보기 위해 몸을 숨기고
그녀가 말소리에 귀를 귀울였습니다.
“당신의 이런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아파요
제가 아무리 말을 걸어도
당신은 아무 대답이 없군요
언제까지 그렇게 침묵을 지키실 건가요?
제발 한 마디디라도 해주세요
제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이렇게라도 당신의 고통을
나눌 수 있는 시간입니다.
제게 우주를 준다해도
이렇게 당신을 돌볼 수있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겠어요”
저는 눈물의 궁 밖으로 나가
왕비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눈물로 범벅이 된 아내가 나왔고
그만 고통을 끝내고 왕비의 의무를
감당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페하 저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남아 있으시다면,
제발 부탁드려요,
이 죽을 것 같은 슬픔에 그냥
저를 놓아 놔두세요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이 고통은 사라지지 않을꺼에요”
저는 제 얘기가 그녀의
감정만 더욱 격하게 한다는 것을 깨닫고
더 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저희는 3년을 절망 속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저는 두번째로 눈물의 궁을 찾았고,
이번에도 몸을 숨기고
왕비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 애처러운 고백도 이제 3년이 되어가요
내가 매일 찾아오고,
당신을 돌봐도,
여전히 묵묵부답이군요
무덤아! 네가 파과해 버린 것이냐?
내게 허락 되었던
기쁨과 아름다운 순간을?
난 이 현실을 조금도 믿을 수 없어”
공께 고백하지만
저는 더 이상 이 상황을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말에 분개하여
불쑥 제 모습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야! 죽음아 그 흉측한 몰골로 자연을 더럽히는
이 인도놈을 집어 삼키지 않고 무엇을 꾸물거리는 것이냐?”
참상에 앉아 있던 왕비는
악귀처럼 일어서며 소리쳤습니다
“아,, 잔인한 놈
네가 바로 내 고통의 근원이였구나
내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 줄 아느냐?
네 야만스러운 손이
나를 다 파괴해 버렸구나”
“그래 내가 그랬다”
저도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내가 이 인도녀석이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내렸다!
너 역시 같은 꼴로 만들어 주지 않은 것이 후회스럽구나
넌 나의 인내심을 너무 오랫동안 악용해 왔다”
저는 왕비를 응징하기 위해 검을 치켜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저를 똑바로 쳐다 보며
입가에 웃음을 지으며 알수 없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습니다.
“내 마법을 힘으로 명하노니
당장에 반은 대리석
반은 인간이 되어라!”
그 즉시 저는 공이 보시는 것 처럼
이런 모습이 되고 말았습니다.
산 자들 틈에 있지만 죽어 있고,
죽은 자들과 함께 있되
아직 살아 있는 이런 상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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