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33 [바그다드의 다섯 아가씨 6]

2022. 2. 5. 16:28Book/The Arabian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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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먹고 마신 탁발승들은
아가씨들을 위해 연주하며 노래 한 곡조를 합주했고,
가사에 해학적인 내용이 많아
이따금 노래를 멈추고 웃음을 터뜨리곤 했습니다.
이처럼 흥겹고 즐거운 분위기가 절정에 달하는 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사피는 노래를 멈추고 누가 왔는지 보러 갔습니다.

바그다드의 왕 칼리프 하룬알라시드는 한밤중에
신분을 숨기고 거리를 종종 길을 다니며,
도성 안의 모든 것이 평온한지,
질서를 어지럽히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지
몸소 살펴보았는데
그날 밤, 칼리프는 평소보다 일찍 궁을 나왔습니다.

칼리프와 대재상 자파르, 그리고 호위대 대장 메스루르
이렇게 세 사람은 장사치로 변장해 있었습니다.

왕은 세 여인의 집이 있는 거리를 지나다
음악 소리와 사람 목소리와 웃음 소리를 듣고
재상에게 문을 두드려 보라고 명했고
재상은 여인들의 연회를 방해하면
모욕이나 당하기 십상이라며 그냥 지나가자고
여러가지 이유를 들어 보았지만
상관 없다며 문을 두드리라고 다시 명령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대재상 자파르가
아가씨들이 사는 집 문을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재상은 아름다운 사피가 문을 열어주자
허리 숙여 인사하며 공손하게 말했습니다.

“부인 우리 셋은 모술에서 온 상인들입니다.
우리는 상품을 잔뜩 가지고 바그다드에 도착하여,
칸에 숙소를 정하고 상품도 보관해 놓았는데,
이 도시에 사는 상인이 우리를 초대하여
모두 얼큰하게 술도 마시고,
한 무리 춤꾼도 불러 소란스럽게 놀자니
지나가던 야경꾼이 들이닥쳐 몇 사람은 잡혀가고
우리는 운 좋게 담을 넘어 도망쳐 나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외국인인데다 술까지 마신 터라,
여기서 떨어진 우리 숙소까지 가다 야경꾼을 다시
만나게 되까 걱정이 되어 동이 틀 때까지만
피신처를 제공해 달라고 사정라겨고 염치없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자파르가 말하는 동안 사피는
남자와 상인이라는 두 사람을 눈여겨 보았습니다.
풍채로 보아 시시껄렁한 사람들은 아니라고 판된 한 그녀는,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 후 두 자매에게 이 일을 보고 했고,
셋은 한동안 망설이다가 짐꾼과 세 탁발승도 받아들인 터이니
그냥 그들을 들어오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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