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야화 34 [바그다드의 다섯 아가씨 7]

2022. 2. 5. 16:57Book/The Arabian 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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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피의 안내를 받아
집 안에 들어온 칼리프와 대재상과 호위대장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허리 굽혀 인사했습니다.

세 여인의 리더격인 조베이드는 엄숙한고도
심각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오신걸 환영합니다.
우선 한가지 어려운 부탁을 드리려고 합니다.
이곳에 들어와사는 눈만 가질 것이며,
혀는 절대로 상요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무엇을 보시게 되든지 호기심에
그 이유를 알려고 캐묻지 말 것이며,
여러분들과 상관없는 것에 대해
말하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썩 유쾌하지 않은 소리를 듣게 될 테니까요”

이에 재상은 자신들은 풍기 단속반도 아니고
주책없이 호기심이 많은 자들도 아니며
자기와 상관없는 일에는 끼어들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만 신경 쓰는 것이 옳은 생각이라고
동의 한다며 조베이드의 조건을 받아 들였습니다.

사람이 자리에 앉자 대화가 시작되었고,
모두들 새로운 방문객들을 위해
건배하며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칼리프는 세 여인의 뛰어난 미모와 우아한 동작,
그리고 쾌활한 성격과 재치에 놀라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또 하나같이 오늘쪽 눈이 애꾸가 되어 있는
세 탁발승의 모습에도 매우 놀라워
그 기이한 연유를 묻고 싶었지만,
약속한 조건 때문에 그럴 수 없었습니다.
호사스러운 가구와 우아하게 정돈된 실내를 둘러보며
칼리프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진 현실이
마법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습니다.

세 탁발승은 음악을 연주하고 춤을 추었고
그들은 여흥과 오락의 다양한 방식으로 즐겼습니다.

세 탁발승이 춤을 끝내자
조베이드는 일어나 손님이 계시더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평소대로 해야 한다고 얘기하자
아민느와 사피는 어리접혀진 것을 정돈하고
접시와 식탁과 술병과 술잔과 악기들을 다 치웠습니다.
그리고 나서 세 탁발승은 좌단 한편에,
칼리프와 수행원들은 다른 편에 앉게 하고,
짐꾼은 불러 자신들의 일을 돕도록 했습니다.

잠시 후 아민느가 의자 하나를 들고 나타나
홀 한복판에 놓았고, 작은 방의 문을 연 후
기다리고 있던 짐꾼을 오라고 손짓했습니다.

짐꾼은 그녀와 함께 그 방에 들어 가더니
두 마리의 검은 암캐를 끌고 나왔습니다.
쇠사슬에 묶인 개들을 짐꾼이 잡아
홀 한가운데 끌고 나왔고, 심함 매질을 당한
흔적이 있었습니다.

준비가 끝나자 탁발승과 칼리프 사이의
옥좌에 앉아 있던 조베이드는 몸을 일으켜
짐꾼이 있는 곳까지 엄숙한 걸음으로 나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자! 우리의 임무를 수행하자”

지꾼에게 한마리 개는 아민느에게 맡기고
한 마리는 자신이 있는 쪽으로 끌고
오라고 말했습니다.

조베이드는 소매를 걷어 팔꿈치까지 올린 다음,
사피가 내민 채찍을 잡아 깨갱거리는
암캐의 애원하는 듯한 소리애ㅔ도 아랑곳 않고
숨이 차도록 개를 매질했습니다.
결국 힘이 다하여 더 이상 매질할 수 없게 되자
채찍을 바닥에 던져 버렸습니다.
그러고는 암캐의 두 앞발을 잡아 일으켜 세우고는
서로 쳐다보면서 함께 흐느끼는 것이었습니다.
조베이드는 손수건을 꺼내 개의 눈물을 닦어 주고는
원래 장소로 보내주고는 다른 개를 끌고 오게 했습니다.

짐꾼은 매질 당한 개를 원래의 방에 데려다 놓은 후,
아민느에게서 다른 개를 건네받아 아까처럼 채찍을 들어
가혹하게 매질을했습니다.
그러고는 그녀는 개와 함께 울었고,
눈물을 닦아 주고 입을 맞춘 후 짐꾼에게
쇠사슬을 건네 주었습니다.
이번에는 아민느가 개를 원래의 방에 데려다 놓았습니다.

이 기이한 의식을 목격한 세 탁발승과 칼리프,
그의 수행원들은 극도로 경악하며,
이슬람교에서 더러운 짐승으로 여기는 개를
매질하고 눈물을 닦아 주고, 입을 맞추어 주는지
그들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특히 호기심이 많은 칼리프는 대체
무슨 사연으로 이처럼 기이한 행동을 하는지 알고 싶어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조베이드는 홀 한가운데 잠시 동안 서서 진이 빠진
몸을 추스르고 있는 듯했습니다.
사피가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언니, 언니 자리로 돌아가 주시겠어요
  저도 제 역할을 해야죠”

우편에는 칼리프 자파르 메스루르
그리고 조베이는 세 탁발승과 짐꾼이 있는 좌편 중앙에
자리를 잡아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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